두목에게는 자반이와 꼬물이라는 동배 남매가 있다. 입양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어떤 강아지의 입양 홍보글이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떴는데, 사진을 보니 두목의 형제 강아지였다. 그 홍보글을 올린 사람이 또다른 형제견 콩자반의 보호자였고, 그렇게 자반과 꼬물에게 연락이 닿았다.

작년 12월 삼남매는 이산 가족 상봉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삼남매가 만나자 마자 서로를 부둥켜안는 감동의 재회 장면을 자주 상상했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울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하며 두목을 약속 장소로 데리고 갔는데. 두목은 예기치 못한 상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반과 꼬물은 사회성이 월등히 좋아서 우당탕탕 놀았고 두목은 그들의 텐션을 감당하지 못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두목의 눈동자가 급격히 공허해지고 있었다.

그때 떠오르는 기억.. 어린이 시절 나는 종종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친척 집이나 부모님 친구 집에 끌려가야 했다. 그럴 때 부모들은 자신들이 술마시고 노는 동안 애들을 한 방에 몰아넣는다. 애들이니까 알아서 잘 놀겠거니 하며.. 그런데 우리들 사이에는 부모의 사정으로 어쩌다 한 장소에 모였다는 것, 어린이라는 것 말고는 공유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 두목과 형제들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이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인간 형제들도 서로가 그다지 소중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을.. 자반이 보호자의 작업실에서 인간들이 밥을 먹는 동안 두목의 눈에서 빛이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었다. 옆에서 자반과 꼬물은 쉼없이 날뛰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 친구의 자식들 중에도 자반이와 꼬물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은 나 빼고 알아서 잘 놀았던 것 같다. 나는 불행해하며 집에 갈 시간 만을 기다려야했다. 어린이라서 혼자 집에 갈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두목은 강아지라서 혼자 집에 갈 수 없었다. 인간 세상의 혈연주의에 그렇게 치를 떨면서 강아지에게 똑같은 우를 범하다니.. 뭐 그런 성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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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하는 얘기이며.. 이것은 작년 12월의 일이고 이제 두목은 자반이와 만나면 신나게 논다. 오히려 두목이 자반이를 더 괴롭히기도 한다.